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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신부님 교중 미사의 짧은 강론 버전 입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장봉구 2008.11.24 03:02 조회 수 : 711 추천:67

어린 시절에는 빨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누구의 간섭도 억압도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고 싶었다. 성년이후 ‘나이’는 당황스럽고 초조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인생의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조금도 반갑지 않은 불청객처럼 들이닥치던 ‘나이’는 60대에 접어들면서 나의 행동거지와 마음을 가차없이 비추는 또하나의 거울이 되었다. 이른바 ‘나잇값’에 대한 자의식이나 자각일 것이고 사는 일에 부끄러움이 또하나 보태어진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란 나날이 짧아지는 삶의 시간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늙음과 병고와 고독과 죽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유연함을 잃어가는 완고한 마음이나 편협성, 절제되지 않는 감정이나 옹고집 등 노인의 부정적 특성으로 일컬어지는 것들 역시 두려워지는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지며 좋은 사람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해도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결국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르는가에 대한 앎일 뿐이라는 씁쓸한 깨달음이다.  누구나 자신의 노년이 관용과 지혜와 일짹이 맛보지 못한 평화로움으로 충만하길 바라지만 나이들어가는 여정에는 노욕(老慾)과 노추(老醜)와 노탐(老貪) 이라는 덫이 무서운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대체로 살면서 누려온 것, 소유한 것, 그리고 살아온 좁은 삶의 체계 안에서의 배움과 성취에 대한 지나친 교만에서 비롯된 노욕, 노탐, 노추는 타인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뿐만아니라 사랑과 죄에 대해 눈멀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또한 얼마나 작고 우리 또한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가.  크리스천을 규정하는 것은 사랑과 죄에 대한 인식의 깊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죄에 대한 인식도 신앙의 자라남에 따라 진화해 가는 것이 아닐까.  어린아이들은 거짓말이나 도둑질등 행위로 지은 것들을 죄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선량한 이웃으로, 건전한 시민으로, 정깊은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과 질서 위에 윤리와 도덕을 잣대로 삼을 것이다. 독실한 신앙인인 일본의 작가 엔도슈샤쿠는 지극히 가톨릭적 관점에서 ‘죄란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생위로 지나가면서 자기가 거기에 남긴 발자국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엿새동안 죄짓고 주일 하루의 한순간 비로소 자신이 지은 죄를 돌아보는 얼치기 신자이지만 그래도 미사중에 ‘제 탓이요’를 웅얼대며 가슴을 두드릴 때면 가슴 안쪽에서 불편하게 따끔거리는 못과 가시들을 은총의 징표로 믿으며 감사한다.

- 오정희 실비아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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