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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신부님 교중 미사의 짧은 강론 버전 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

장봉구 2008.11.16 13:22 조회 수 : 754 추천:71

프랑스 영화 '빠삐용'은 탈옥죄수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었다.
살인누명을 쓰고 종신수로서 지옥보다 더 끔찍한 곳이라는 기아나의 감옥에 수감된 주인공은 탈옥에 실패하여 독방벌을 받게 된다. 어둠과 허기와 공포로 착란상태에 빠진 그는 비몽사몽간에 심판자의 앞에 서게 되는데 심판자는 그에게 비록 살인죄인은 아니라도 인생을 낭비한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준엄한 판결을 내린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누군가는 끝내 탈출에 성공하는 그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집념에 전율하며 용기를 얻기도 하였고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탈옥을 감행한 그가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다가 병사했다는 에필로그에 그 어떤 드라마틱한 영웅적 후일담보다 더 강한 감동을 느꼈고 누군가는 '인생을 낭비한 죄' 라는 한마디 대사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되었다. 나역시 이 대사를 때때로 떠올리며 나태한  삶의 태도를 아프게 돌아보곤 하였다.

특정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삶에 어떤 뜻이 숨어 있다고 믿고 있다. 아니면 이 세상살이에서의 관계와 만남과 태어남과 죽음의 신비를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뜻있는 존재' 라는 의미는 어쩌면 희망이며 삶에의 강력한 동기부여이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분명히 자신만의 몫으로 주어진 어떤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열심히 그것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따른 자책과 자기비하는 때로 자신에게 공격의 날을 들이대고 괴롭히기도 한다. 불꽃처럼 뜨겁고 치열한 삶을 원하면서도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헛되이 보내는 날들, 강한 열망과 높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내일을 담보로 한 유예일 뿐 권태롭고 남루한 일상의 되풀이임에 절망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이 대단한 프로젝트에서, 일생의 계획은 거창해도 하루하루는 물처럼 손가락사이로 덧없이 새어나가며 너무도 시시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주머니속의 몇푼의 돈을 잃는데는 민감해도 보다 본질적인 것, 즉 영혼이나 정신을 좀먹고 황폐하게 하는 것에는 무감각하게 마련이다. 무심히 걷다가 치명적인 장애물에 발이 걸려 멈춰서며, 타성에 젖어 나태하게 살아가는 내 앞에 공허하고 섬뜩하게 입벌리고 기다리는 심연을 본다. 내 발을 걸어넘어뜨린 것은 바로, 내게 주어진 잔을 다 비워야 하고 주어진 길을 다 달려야 하며 힘과 열정과 내가 받은 인생의 탈렌트를 남김없이 다 쓴 후에야 비로소 해방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으로부터 초대받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마치게 되리라는 준엄한 경고일 것이다.

- 오정희 실비아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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