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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신부님 교중 미사의 짧은 강론 버전 입니다.

시련을 통해 가까이 오게 하시는 분

나부덕 2008.03.23 11:57 조회 수 : 1678 추천:287

시련을 통해 가까이 오게 하시는 분

  
   축 부활† 지난 해 생애 첫 피정을 갔다. 성심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예수마음 배움터 2박 3일 피정이었다. 주말 동안 침묵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기도하는 법도 배웠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올바른 기도법을 알고 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직전 겟세마니에서 하신 기도 -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 가 그것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마음을, 욕심을 비우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정말 간절할 때는 더더욱 그 기도가 잘 안 나온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7 ; 루카 11,9)라는 말씀이 와 닿을 뿐.

   개별 면담 시간에 수녀님께 그런 고충을 털어놓았다. 수녀님은 뜻밖에 ‘기도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못박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아버지시기 때문에 무엇이든 다 들어 주시고 받아 주신다며 있는 그대로의 심정을 하소연해도 된다고…. 그리고 기도를 안 하다가 바랄 게 생겨 그 때만 기도할 마음이 들 때조차도 염치없다 하실까봐 찔리고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님께서는 그 때라도 찾아오는 것을 아예 안 오는 것보다 반가워하신다고(두 아들의 비유) 말씀하셨다. 그 이후 나는 하느님께 더 편하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견진성사를 받기 전 신앙적으로 나를 이처럼 한 단계 성숙하도록 주님이 이끄신 것은 다름 아닌 ‘시련’을 통해서였다. 재작년 개인적으로 시련에 부딪힌 나는 마음의 위안을 얻고, 주님께 더 의탁하고자 피정을 가게 되었다. 그 후 전례단에도 가입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신부님, 수녀님과도 가까워졌다. 청년 활동을 하니 성당 활동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느낌(보람)이 들었고, 단순히 미사드리러 성당만 왔다 가는 게 아니라 본당에 대한 주인의식도 생겼다.

   지난 사순 시기 신부님 강론 가운데 ‘부활하려면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이 있었다. ‘죽음’이란 말이 무섭게도 들렸지만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주님께 맡기게 될 때 비로소 그 분의 진정한 뜻을 알 수 있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우리가 삶에서 한계라고 생각될 때 비로소 주님은 새로운 시작을 우리에게 하십니다.’


   부활도 그런 의미에서 주님의 계획의 시작됨이 아닐까? 형언할 수 없는 섭리로…. 오늘 그렇게 부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리고 시련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것으로써 예비하신 주님의 뜻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 양영은 아녜스│KBS 기자·앵커
- 2008년 3월 23일 예수 부활 대축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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