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는 행실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파스칼(1623-1662)은 위대한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지만, 그리스도교의 사상가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세상의 삶과 신앙의 모순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사색을 하던 중 1654년 11월23일 밤에 신비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체험은 신앙적으로 대단히 강력한 체험이었고 하느님께서 그에게 주신 은총이라 생각했다. 마치 은총의 불같은 것을 체험한 파스칼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되었다. 그는 신비적 체험 후 매우 어렵게 지내면서도 가난한 이웃을 돌보아 주고 신앙에 대한 글을 계속 집필했다.
그가 죽은 후 출판된 ‘팡세’에는 신앙적인 사색을 표현한 소중한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이 주옥 같은 소중한 글들이 담겨 있다. “인간의 마음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채워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인간은 악과 비참함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자신을 마다해야 한다.” 파스칼은 어느 날 갑자기 체험한 신앙의 체험 후 자신보다는 하느님만을 위해 살았다.
파스칼처럼 어떤 강력한 체험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그보다 더 분명하고 능력 있는 말씀을 우리에게 주셨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이 춤을 추며 기뻐할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선포하는 장면이 소개된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유다인들이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메시아가 오셨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하늘나라는 아무나 들어가는 것이 아님을 선포하고 있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7-8).
회개는 그냥 형식적으로 세례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자기반성이나 참회 의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개는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며 단순히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청하는 것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한 회개를 통해 적극적으로 마음과 정신, 행동의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과 말과 행동 양식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회개한 사람은 이 모든 것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회개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또한 회개의 시작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각에만 머무르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뜻을 세워도 의미가 없다. 이제 용기를 내자. 우리의 손이 항상 어려운 사람의 손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발이 착하고 좋은 일을 하는 데에 더 부지런해져야겠다. 우리의 입이 늘 불만이나 불평보다 칭찬과 평화를 노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2007년 12월 9일 TKCC 주보 생명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