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꿈, 그리고 미운 오리 아기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어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 해요.”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은 ‘의욕’과 ‘의지’가 고갈될 때 즐겨 듣는 노래이다. 그리고 위에 적어 놓은 가사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부분이다.
세상에는 꼭 저런 거위들이 있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원작의 출판 배경과 당시의 논쟁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타고난 운명과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살아가기보다는 고생을 ‘사서’ 하면서 ‘피곤하게(?) 사는’ 사람… 그러나 우리는 그런 거위·갈매기들 때문에 세상에 발전이 있고, 또 그들의 존재 자체가 희망의 증거가 됨을 문학작품뿐 아니라 삶을 통해서도 알고 있다. 또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숙명처럼 겪어야 하는 고뇌와 고통, 열정까지도….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우리나라 속담과 달리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서’조차 비상을 꿈꾸는 한 마리의 거위는 서로 묘한 대비를 이루며 우리 입가에 기특한 미소를 띠게 한다.
나는 아직 하느님을 잘 모르지만 저렇게 현실의 벽을 넘어 끊임없이 날고자 하는 거위들을 어여삐 여기시고, 기특하게 바라보시며, 날다가 떨어질 때 - 좌절할 때 - 는 기꺼이 손을 내밀어 도와 주시는 분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나 남들은 다 잘 되는데 나만 유독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이 들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하느님께 나는 스스로 ‘백조’임을 모르는 ‘미운 오리 아기’가 아닐까? 장차 우아한 자태를 지닌 백조로 거듭날 텐데 그걸 깨닫지 못 하고 지금 이 순간 오리들과 다르다며 속상해하고, 초조해하고, 애태우며, 불평·불만하고 있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안타깝게 보고 계실 하느님, 아버지 앞에 우리 모두가 ‘거위의 꿈’을 지닌 ‘아기 백조들’이라는 믿음은 내게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더불어 마음의 평안과 의욕을 되찾아 주는 큰 힘이다.
- 양영은 아녜스│KBS 기자·앵커
- 2008년 3월 16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