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시탄의 처형, 그리고 사형
일본에서는 크리스천을 키리시탄(切支丹)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위정자들은 키리시탄에 대해 아주 잔인한 형벌을 가했습니다. 키리시탄에 대한 잔인한 살육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도 아는 인물이지만, 그의 잔인함은 소설이나 전기에서는 볼 수 없는 극악무도함 자체였습니다. 1597년 그는 스페인 선교사 5명, 포르투갈 선교사 1명을 비롯해 26명을 체포하고는 한쪽 귀를 자릅니다. 그리고 몸을 엮어 행진하게 합니다. 엄동설한에 수의만 걸친 채 교토에서 나가사키까지 한 달 반 800킬로의 길고 먼 여정이었습니다.
2월5일 나가사키의 언덕에 26개의 십자가가 세워집니다. 6명의 선교사를 중심으로 좌우에 10명씩 매답니다. 해가 저물 무렵 광란이 시작됩니다. 일제히 하늘을 향해 성가를 부르는 신자들을 망나니가 창으로 찌릅니다. 지방의 신자들이 형장에 몰려와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리고 성가를 부르며 자리를 지킵니다. 처형식이 끝나자 십자가에서 떨어지는 피를 소매와 가지고 온 천으로 훔칩니다. 피에 적신 모래까지 쓸어 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잔인하기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지지 않습니다. 두 번의 금교령(禁敎令)과 함께 키리시탄을 처참하게 죽였습니다. 화형을 하면서 빨리 죽지 못 하도록 일부러 장작을 멀리 쌓아 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화기가 너무 세면 질식해 빨리 죽을까봐 물을 뿌렸습니다. 일본의 한 사학자는 중세의 마녀재판이 잔혹하다지만 키리시탄에 대한 처형이 훨씬 더하다고 단언했습니다.
11월15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87개 회원국이 공동 제안한 사형집행정지 촉구결의안을 찬성 99, 반대 52, 기권 33으로 가결시켰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국은 기권했습니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된 사형폐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져왔는데 이번에는 기권한 것입니다.
1997년 12월30일의 집행을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국내에서는 사형집행이 없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법률상 사형제도를 두고 있어도 과거 10년간 사형집행이 없는 국가를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합니다. 12월30일! 한국은 사형폐지국가가 됩니다. 생명의 나라로 다시 태어납니다. 참! 1985년 이래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 된 후에 다시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부활시킬 것이 따로 있지요. 이제는 사형의 부활보다 범죄피해자의 지원에 노력합시다.
- 박병식 유스티노·동국대학교 교수
- 2007년 12월 2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