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이야기
스위스는 서유럽 중심부에 있는 인구 730만 명의 크지 않은 나라다. 이 나라는 다민족 국가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인들이 주류를 이루며, 외국인 비율도 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 종교는 가톨릭 42%, 개신교 35%이며, 기타 종교 및 무종교가 23%이다. 공용어도 4가지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하다 보니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스위스만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나라도 별로 없다. 서로 다름의 공존이 참 아름답다.
흔히 스위스라고 하면 눈 덮인 알프스산맥과 바다 같은 레만호수 등을 먼저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꼽는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진정한 자랑거리는 뛰어난 자연경관보다 다른 데에 있다. 그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정치 행정구조 아래 700여 년 동안 유지해 오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이다.
스위스는 하나의 연방정부와 26개의 주(州 칸톤 / 20개의 완전주와 6개의 불완전주 포함)와 그 아래 2,900여 개의 코뮌(지방자치단체)으로 구성된 ‘연방공화국’이다. 칸톤(주)과 코뮌은 광범한 자치권을 행사한다. 각 주는 자체의 헌법과 의회, 법원, 행정조직을 갖고 있으며, 모든 정치적 결정은 코뮌과 칸톤 차원에서 이뤄진다. 연방정부에서 무슨 결정사항을 각 주에 내려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철저한 ‘밑에서 위로’의 체제인 것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매우 잘 산다. 2006년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765달러였다. 보험·금융·관광이 주류인 3차 산업 분야에 근로자의 72%가 속해 있다. 공업 등 2차 산업에 24%, 그리고 나머지 4%가 농업에 종사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스위스만큼 척박한 땅에서 국민들이 고생한 경우도 드물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의 하나가 용병(傭兵)이었다. 유난히 전쟁이 많았던 유럽에서 스위스 용병은 용맹하기로 소문이 나서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남편은 독일군으로, 아들은 프랑스군으로 서로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들이 보낸 돈으로 주부는 땅과 가축을 늘려 나갔다. 그것이 스위스로서는 초기의 국력배양에 큰 초석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위스 용병의 위세는 오늘날 바티칸 시티의 경비병으로 그 전통을 살리고 있다.
스위스 연방의회는 연방법원 판사를 선출한다. 또 연방의회 의원 중 7명을 뽑아 연방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 평의회를 구성한다. 7명의 장관 임기는 4년이다. 이들은 윤번제로 일 년씩 돌아가며 연방대통령이 된다. 내가 스위스에 가본 것은 1985년 7월이었다. 당시 현지 가이드 송(宋)씨가 들려준 에피소드가 기억에 생생하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외국기자가 인터뷰하면서 소감을 물었더니, 대통령의 대답이 “글쎄… 뭐, 전용 주차장이 생겨서 참 좋습니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가 꼭 한 달 남았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권력 지향적이 아닌, 전용 주차장 하나에 고마워하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면 좋겠다.
- 홍의 마티아 · 출판인
- TKCC 2007년 11월18일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