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의 성인 유대철 베드로(1826-1839)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순교를 했다. 그가 세례를 받게 된 것은 역관(歷官)이었던 아버지 유진길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누나는 천주교에 대해서 적대적이었다. 1839년 기해(己亥)박해가 일어나고 그의 아버지가 체포되었다. 그러자 유대철은 순교하기로 결심하고 관가에 자수를 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고문을 견디어 냈다. 한 번은 형리가 허벅지의 살을 뜯어 내며 배교를 하면 살려 주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자 어린 유대철은 “저는 천주님을 배반할 수 없어요” 하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화가 난 형리는 이번에는 화로에서 시뻘겋게 타고 있는 숯덩이를 입에 넣으려고 했다. 그러자 유대철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는 총 14차례의 고문과 100여 대의 매를 맞아 피투성이가 되었으나 결코 배교하지 않았다. 유대철 베드로는 드디어 1839년 10월31일 교수형을 받고 순교를 했다. 모든 순교자들은 부활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부활의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숫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오늘 복음에서 사두가이 사람들이 예수님께 부활에 대한 질문을 한다. 예수님의 대답은 명쾌하다. 부활 후의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은 이 세상의 삶과 그 본질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부활의 삶은 이 세상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다.
우리의 인생은 무엇인가? 결국 인생이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죽음을 향해서 한 발자국씩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만약 인생에서 죽음이 끝이라면 인생은 너무 슬프고 허무하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의 죽음과 부활, 승천하심으로써 우리의 죽음이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 현세에서의 순간적인 행복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삶이 세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 하느님 안에서 완성된다고 믿는 것이 부활의 신앙이다. 부활 신앙은 그리스도 교회의 핵심 진리이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도 종교 생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부활의 영광에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신앙인에게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된다.
부활의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 허영엽 마티아 신부 ·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TKCC 2007년 11월11일 주보 생명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