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의 전례는 성체성사, 곧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우리 교회에 남겨 주신 큰 선물입니다. “나는 내 백성에게 기름진 참밀을 먹게 하고, 바위의 꿀로 배부르게 하리라”(시편 81,17 참조)는 말씀처럼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내어 주심으로써 우리가 굶주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가 배부르게 된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과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과의 일치를 사도 바오로는 신비체로 표현합니다. 예수님은 교회의 머리이시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의 지체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의 본질은 성체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로 양육되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너희를 낮추시고 굶주리게 하신 다음, 너희도 모르고 너희 조상들도 몰랐던 만나를 먹게 해 주셨다. 그것은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너희가 알게 하시려는 것이었다”(신명 8,3)라고 오늘 제1독서에서 말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7)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교회가 늘 활기 있는 몸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교회는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신앙인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자주 언급하던 ‘하느님을 향하는 한 마음 한 뜻’을 형성합니다.
이 일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얻게 되는 생명을 통해 표현됩니다. 또한 성체성사를 통해 갖게 되는 이 생명은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거룩하신 것처럼 그분의 몸과 피를 통해 양육되는 그리스도인도 거룩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거룩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간다고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주님께서 어떻게 현존하고 계시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분은 ‘쪼개진 몸’으로서 그리고 ‘흘린 피’로서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서 물과 피를 쏟으실 때까지 자신의 온 삶을 우리에게 주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그분의 ‘쪼개진 몸’과 ‘흘린 피’를 받아먹고 마시면서 거룩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는 영성체 전의 고백을 입으로만이 아닌 온 마음으로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하듯, “그리스도의 몸”에 “아멘”이라고 응답할 때 그 “아멘”이 참된 대답일 수 있도록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순결을 간직하고 진정 우리의 희망은 이 세상이 아닌 하늘에 있음을 기억하며, 그리스도의 성체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늘 저 높은 곳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변종찬 마태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2008년 5월 25일 TKCC 주보 생명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