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한 자매가 사순절 피정중에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회개를 하고 용서를 청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한집에 살고있는 큰 며느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그는 며느리와 대놓고 불편한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예의를 깍듯하게 지켰고 서로에게 책잡힐 행동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너무 멀었고 큰 장벽이 있었습니다. 이 자매는 기도 중에 문득 자신의 며느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미워하고 배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며느리와 화해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어머니는 허리를 굽혀 출근하는 며느리의 구두를 정성껏 닦았습니다. 며느리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라며 황급히 시어머니를 말렸습니다. 손을 잡은 두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를 높게 가로막았던 마음의 장벽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후 두 사람에게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사건건 마음에 안 들던 상대의 평소 행동이 더 이상 밉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이 주님께서 이루시는 작은 기적
이 아닐까요?
우리가 매일 추구하는 하느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진실과 정의, 기쁨과 평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있는 곳이면 바로 거기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회개란 무엇입니까? 단순하게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진정한 회개란 마음의 변화, 정신의 변화를 말합니다. 곧 자기 중심인 삶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중심인 삶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또한 실천이 함께해야 진정한 회개의 삶이 됩니다. 거창한 실천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예를들면 화살기도 바치기, 다른 사람 도와주기, 미소 짓기, 손잡아주기 부드러운 말하기, 작은 희생 같은 것 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지상의 삶을 마칠 때까지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한 회개를 하는 사람은 주님의 말씀안에 살게 되어 기쁘고 행복하게 됩니다.
사순절은 어쩌면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희망적이고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우리를 무조건 사랑하시는 주님과 만나기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순절에는 가슴 쿵쿵 뛰는 기다림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기도와 묵상, 희생과 보속을 통한 기다림이 간절할수록 주님 부활을 맞는 기쁨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아.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될 거야.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기다림이 필요하거든“(셍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중에서).
- 허영엽 마티아 신부 ㅣ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