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육개장을 끓였는데 우리 손님들이 참 맛있게 드십니다. 오늘 반찬은 총각김치와 무채나물, 봄동겉저리, 어묵볶음, 콩나물, 계란말이 그리고 돼지고기 김치볶음입니다. 후식은 요구르트를 드렸습니다.
배추김치를 그냥 상에 내려다가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볶았습니다. 이렇게 반찬을 만들면 김치만 낼 때보다 세 배 정도 김치가 더 들어가지만 우리 손님들이 좋아합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신 분들 중에는 치아가 좋은 분이 별로 없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김치도 약간 볶아서 부드럽게 해서 드리면 잘 드십니다.
봉사하러 서울에서 먼 길을 오신 루치아 자매님이 좋은 고춧가루를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봉사자들 중에 계란말이를 제일 잘 하시는 아우구스띠노 형제님이 오셨기에 특별히 계란말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 무렵에 봉사자들과 우리 손님들을 위한 특식으로 꽁치조림을 했습니다. 생선아주머니가 만 원어치 샀는데도 덤으로 일곱 마리나 더 주십니다. 무를 깔고 조림을 했습니다. 봉사자들도 맛있게 드셨고, 우리 손님들도 좋아하셨습니다. 다음 번에는 꽁치조림을 더 많이 만들어서 우리 손님들 모두에게 대접해야겠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문을 열지 않기에 수요일에는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손님이 많이 오셔서 아무래도 밥이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걱정하고 있는데 마침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녜스 자매님이 시장 교우들과 봉사하러 갔는데 고마운 분이 점심을 사셔서 준비한 밥과 소고기 불고기가 그대로 남았다면서 가져오셨습니다. 온기가 그대로 있습니다. 급히 불고기를 데워서 상에 내었더니 손님들이 잘 드십니다. 착한 사람들 덕택에 민들레국수집이 잔칫집이 되었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참 착합니다. 반찬이 수북하게 담겨있으면 양껏 드십니다. 그런데 적게 담겨 있으면 다음 사람도 먹어야지 하면서 조금만 가져가던가 아니면 아예 담지 않습니다.
마지막 손님은 며칠 전에 처음 찾아오셨습니다. 한쪽 눈이 안 보입니다. 밥을 참 많이 드십니다. 오늘은 국도 세 그릇이나 드셨습니다. 쉴 곳을 찾아 떠나면서 ‘오늘은 어디서 자나’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내일과 모레는 국수집 문을 열지 않는데 어쩌지요? 했더니 ‘내일은 굶어야 하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별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가난한 사람을 위해 우리가 행하는 자발적인 나눔과 사랑의 실천이 우리의 삶을 예수님께로 이끄는 별입니다. 천사가 동방의 박사들을 다른 길로 인도하듯 우리도 올해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더 갖기 위한 삶이 아니라 더 나누기 위한 삶 말입니다.
- 서영남 베드로│민들레국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