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지구 전체를 한 마을처럼 여겨 이르는 말이다. 인류의 엄청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전 세계를 하나의 마을처럼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통신의 발달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위성을 통한 화상통화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전 인류는 아주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웃이 된 것이 맞는 것일까?
한편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시작부터 전 인류가 ‘지구촌’이었음을 보여 준다.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출현한 것은 20만 년 전 중앙아프리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10만 년 동안을 그렇게 아프리카에서 머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다가 10만 년 전부터 전 세계를 향해 이동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정착하게 되는 곳은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쪽이었고, 7만 년 전에는 중국에 다다른다. 5만 년 전에는 유럽으로 그 이후 북미로 남미로 퍼져 나갔다. 결국 전 인류는 한 조상으로부터 유래했고,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볼 때 피부색, 인종, 종교의 차이는 지구촌 식구들을 갈라놓고 차별화할 아무런 근거도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는 오히려 성경의 증언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인류가 하느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느님 안에서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욱이 보편교회임을 자랑하는 우리 가톨릭교회의 정신을 더 잘 드러내 준다. 지난 3주에 걸쳐서 끊임없이 언급했던 이웃을 향한 마음의 외연을 이제는 더 넓혀야 한다는 의미이다. 원래부터 한 가족이었고, 과학의 발달로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 우리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난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고, 함께 잘 살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지구촌 형제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인류는 하느님 안에 한 가족이니까….
지난 6월, 캐나다 퀘벡에서 개최된 제49차 세계성체대회에 한국 참가단으로 참가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한 성당 제대 옆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순간 놀람과 경이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림은 새 하얀 성체만을 덩그러니 그려 놓은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체 안에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세계가 지구촌이 되어 가는 이 때에 이 그림이 우리의 시대적 소명을 확연히 보여 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성체’라는 퀘벡 세계성체대회의 주제가 계속 나의 뇌리를 스친다.
- 윤경중 요한보스코│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부장
- 2008년 8월 24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