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서 판매까지 단 일주일, 싼 가격에 매일매일 최신 유행을 반영하여 만든 ‘패스트 패션’이 인기라고 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상품 교체로 패스트푸드를 본떠 ‘패스트 패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들의 성공 뒤에는 심각한 윤리문제와 환경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때로는 한 잔의 커피 값에 불과한 패스트 패션의 놀라운 가격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 그 중에서도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에 의존할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더 낮은 임금을 찾아 국경을 이동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반윤리적 행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탄받아 왔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한 유명 브랜드 청바지의 경우,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 노동자들의 임금은 단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동인권을 훼손하며 만들어진 옷을 입지 말자는 ‘깨끗한 옷 입기’ 캠페인이 활발하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한 해만 지나도 장롱 속 애물단지가 되기 쉽고 가격이 싸서 한 벌 살 돈으로 여러 벌 사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심리를 더욱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또 패스트 패션의 소재는 대부분 화학섬유인데 제조과정에서 투입되는 이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310배나 강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싼 임금을 찾아 가난한 나라로 이전한 옷 공장에서 낮은 환경기준을 틈타 독성폐수를 무단방류해 지역의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기업의 반윤리적 행각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스트 패션은 대부분 그 생을 소각장에서 마무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의 위해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권,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패스트 패션 대신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슬로우 패션’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슬로우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상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천연소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옷,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옷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정무역과 재활용 의류이다.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착한 옷은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주고 한 올, 한 올 수작업으로 슬로우 하게 만들어진 자연주의 옷을 제값 주고 사서 오랫동안 정중하게 입자고 주장한다. 필요한 옷을 재활용가게에서 찾거나 유행에 맞게 리폼해서 입는 재활용패션,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가급적 피하고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된 면화로 만든 유기농 면, 천연염색 옷을 선택하는 것도 슬로우 패션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불편해도 몸과 마음, 그리고 지구가 건강해지는 슬로우 패션으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명질서를 보호하고 미래세대가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신앙인으로서의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 이미영 레지나│(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
- 2008년 6월 22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