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달, 장미꽃 피는 5월이 오면 한 달 남짓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명동성당의 성모 동굴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이 명동에 있던 시절. 병원 6층에서 성모 동굴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데레사! 당시 나는 간호 수녀였으며, 데레사는 34세 미혼으로서 간암 말기환자였다.
데레사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수녀님을 만나지 못하고 그냥 죽었더라면 너무 억울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와 같은 환자를 많이 도와 주시고 오래오래 사시다가 하늘나라에서 반갑게 만나요. 제가 하늘나라에 가면 장미 비를 내려 드릴게요.” 그 한 마디가 오늘날까지 나를 호스피스 활동과 함께 하도록 했을까?
그 후 본격적으로 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해 현재 불암동에 위치한 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 센터에 이르기까지 호스피스의 삶이 계속되는 것은 그렇게 만난 데레사의 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1990년 미국 호스피스 기관을 견학하던 중, 가정호스피스 간호사와 가정방문을 가서 만난 말기 유방암 환자 엔젤도 잊을 수가 없다. “죽음을 앞두고 힘든 나에게 당신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어요. 당신에게 주려고 심은 푸른 장미가 아직 꽃이 피지 않는데, 나는 주님 곁으로 갈 시간이 된 것 같아요. 하늘나라에 가서 푸른 장미꽃을 보내 줄게요” 하며 푹 꺼진 눈에서 반짝이던 그 눈동자와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데레사와 엔젤은 삶의 끝자락에서 임박해 오는 죽음을 느끼면서도 작은 일에 크게 감사하는 마음과 죽음의 두려움보다 하느님 만남에 대한 희망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나는 어떤 삶으로 복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매일 매일의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학자이며 신학자인 토니 캄블로는 “모든 인간은 죽을 때 자기가 못다 이룬 일을 후회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는다고”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 것,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 등을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날이 갈수록 강하게 느끼는 것이 죽는 게 사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잘 죽기 위해 살아 있을 때 사랑하고, 함께 있을 때 잘하고….
5월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기를 기도한다
- 노유자 쟌 드 마리 수녀│성 바오로 가정호스피스 센터
- 2008년 5월 4일 TKCC 주보 말씀의 이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