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미사는 늘 번잡하고 시끄럽습니다. 사실 제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어린이라도 한 시간 정도의 미사시간 내내 신부님께 집중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겠죠.(물론 어른의 경우도 별로 다를 게 없겠지만...) 더욱이 어린이 미사가 주일 아침 일찍 있는 본당의 경우에는 늘 미사 시작할 때와 비교해 끝날 때의 참석 인원이 두 배 이상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왔다갔다 떠들고, 때로는 싸우고, 휴대전화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린이도 종종 발견 됩니다. 그러다 보니 미사 중에 벌 받는 어린이도 생기고 신부님께서도 한두 번쯤은 화난 목소리로 꾸중을 하셔야 겨우 미사를 무사이 마칠 수 있습니다. 매주일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셈이지요.
어떤 분들은 주일학교 교사들이 너무 통제를 못 한다고, 신부님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걱정을 하십니다.“우리 어릴 때는 안이랬어” 라는 상투적인 말로 어린이들을 꾸짖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시끄러운 어린이 미사를 무척 좋아합니다. 성당을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무척 부럽기조차 할 정도입니다. 일주일에 하루 늦잠도 자고 컴퓨터도 좀 해야하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아야하는 주일날, 아침 일찍부터 성당에 나와 성가 연습을 하며 까르르 까르르 웃고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과연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성당에 나와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주일미사 참례가 신자로서의 의무라서?... 나름대로의 책임감이나 주변 교우들과의 관계,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신앙인으로서의 체면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 보곤 합니다.
거룩함과 기쁨, 경건함과 즐거움은 서로 반대말이 아닙니다. 물론 신자로서의 기본적인 예절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고 묵상과 기도가 신앙생활의 가장 큰 뿌리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성당에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일 또한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곳”이 바로 성당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으시다던 어느 신부님의 말씀처럼, 가야만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가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기다림으로 성당을 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리 나이가 든 사람도 부모님 앞에서는 늘 철없는 자식이듯이 주님 보시기에 저희는 늘 돌보고 가르쳐야 할, 부족하지만 귀여운 어린이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시골 외할머니 댁을 찾아가듯, 오랫동안 떠나왔던 고향 부모님을 찾아뵙듯 주일날 성당을 향하는 발걸음이 늘 경쾌하고 설레기를 바랍니다. 미사시간에 웃고 떠들고 그러다 야단도 맞고 그러면서도 다음 주 미사에 열심히 웃고 떠들러 나오는 어린이들처럼 뭐 재미있는 일 좀 없나 하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미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강인봉 베네딕토 ㅣ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