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의 사명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는 주님의 종의 사명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러진 갈대처럼 보잘것없는 이들을 섬기고 꺼져가는 등불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 나누는 세례성사의 삶을 살면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오랜 노숙생활을 접고 민들레 국수집에서 자원봉사자로 지내는 대성씨의 소원은 “우리 손님들도 호강 좀 하면 좋겠어요. 다른 곳에서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 세가지면 잘 나온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반찬은 두 번 집어 먹으면 없어요. 그래서 거의 맨밥을 먹거든요. ”부러진 갈대처럼, 꺼져가는 심지처럼 차라리 세상에 없는 것이 낫다고 무시당하는 우리 손님들의 소원은 밥이라도 맘껏 먹어보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주 마음이 뿌듯합니다. 드디어 우리 손님들이 반찬투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차림판은 콩나물국, 배추김치, 시금치나물, 양배추찜, 쌈장, 고추장아찌, 멸치볶음, 어리굴젓입니다. “어라, 반찬이 풀밭이네 !” 부평역 근처에서 지내는 손님의 투정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이제는 손님들이 반찬투정을 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서둘러 생선조림을 만들어 상에 올렸습니다.
문 닫는 오후 다섯 시가 훌쩍 넘었는데 창권 씨가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
옵니다. 급한 숨을 내쉬며 밥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상을 차려드렸습니다. 종이상자를 한아름 주워들고 진도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국수집 위치를 잊어버려서 헤매다가 늦었다고 합니다. 얼른 상을 차려드렸습니다. 내일은 육개장을 끓여야겠습니다. 정육점에 가서 재호씨에게 호주산으로 쇠고기 6kg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육만 원만 내라고 합니다. 그냥 드리고 싶은데 워낙 장사가 안돼서 반값만 받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오시는 손님이 없겠지 싶어 차를 마시고 있는데 우리 손님인 영환 씨가 어슬렁거리며 옵니다.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밥 먹을 생각조차 못하고 인사만 꾸벅합니다. 담배하나 권하면서 물었습니다.
“주머니에 돈 얼마나 있어요 ? 저녁은 드셨어요 ?”
오늘은 새벽에 일 나가려고 안전화 단단히 매고 갔는데 공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저녁은 그냥 물마시면 된다고 합니다.
“반찬을 다시 차리리가 어려우니 간단하게 요기나 하세요.”
영환씨가 고맙다면서 양념장에 비벼서 밥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참기름 듬뿍 넣어 드렸습니다. 참 맛있게 식사 합니다.
- 서영남 베드로 │ 민들레국수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