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일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심을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십일 동안 단식을 하시러 사막에 가십니다. 그 사막은 과거 40년 동안 광야를 헤맨 백성과 다른 새로운 백성의 탄생을 암시합니다. 이런 단식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절대적 소명을 준비하십니다. 그 준비를 마친 후 사탄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런데 이 유혹은 오히려 예수님의 메시아적 사명을 보다 굳건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됩니다.
사탄의 첫 번째 유혹은 빵에 대한 유혹입니다. 배고픔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입니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은 이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상을 세우고 하느님을 배반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시고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곧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유혹은 권력에 대한 유혹입니다.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는 힘은 자칫 인간의 교만과 결합하여 인간의 자유를 억누르는 잘못된 힘을 갖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루에 세 번 기도하는 말씀으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십니다. 곧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 순종한다는 것은 결국,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시겠다는 메시아적 사명에 대한 고백입니다.
세 번째 유혹은 예루살렘과 성전에서 일어납니다. 사실 예수님의 메시아적 사명의 최종 목적지는 예루살렘이고, 성전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사탄은 혹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유혹합니다. 예수님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유혹에 맞서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오직 하느님만을 섬기고 그분에게만 순명하는 당신을 보여 주십니다.
사순 시기가 막 시작된 이때에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의탁된 존재임을 자각하고, 그분의 뜻대로 죽기까지 순명하실 것이라는 유혹 극복 과정을 통해서 신앙인으로서의 모습을 반성해 봅시다. 우리는 간혹 사탄의 유혹, 곧 세상의 유혹에 빠져 예수님의 구원 사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빵은 물질이고, 권력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가 혹시 이 빵 때문은 아닙니까? 세상에서 유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는 것은 아닙니까? 이것은 벌써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은 이 세상의 물질과 권력까지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명은 이 세상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빵은 당신 몸이며,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빵이기 때문입니다. 그 빵은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권력에 대한 욕구에서 해방시켜 주님께서 우리를 지배하고 계신다고 고백하게 합니다. 결국 우리는 하느님께 기꺼이 순종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유혹 사건은 신앙인이 하느님께 순종하며, 메시아 이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인 성체께 존경과 사랑을 드리라고 가르칩니다.
- 양해룡 사도요한 신부 ㅣ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