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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가진 아들에게서 배운 `손`의 용도" -- 펌글
제 아들은 자폐증을 가졌습니다.
나이는 일곱살이지만 몸은 다섯살도 채 안 됩니다.
머리도 네 살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자기보다 1년이나 늦게 태어난 친구의 옷을 물려입습니다.
지금, 1학년 다녀야하지만 특수학교 유치원에 다닙니다.
아침이면 아이와 함께 집 현관에 나와 섭니다.
노랗고 작은 특수학교 스쿨버스를 기다립니다.
늦여름 비가 부슬거립니다.
뿌연 안개가 습기 먹은 초록나무를 감고 돕니다.
내 마음도 저 안개마냥,
머지않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막막해질 것만 같은 아침입니다.
문득, 아이를 내려다보니 제 몸통보다 더 큰 가방을 등에 메고
가방 끈에서 튿어져나온 실밥 하나를 매만지고 있습니다.
실밥같은 건 우리 아들에게 아주 큰 재밋거리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실밥갖고 노는 아들을 보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말을 붙입니다. 돌아올 대답에는 별 기대가 없습니다.
내 말을 못알아듣거나, 알아들어도 답을 모르거나 할 게 뻔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물어야 합니다. 뭐든 해야 합니다.
"Hey, why do you have eyes?"
엄마는 실밥에 꽂힌 아이의 시선을 가져오려
한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돌립니다.
"...................."
아이는 할 수 없이 엄마를 바라보지만 눈빛에는 실밥만 담겨있습니다.
"Because I can see."
엄마가 대답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런 것도 가르쳐야 하는 걸 절망하기에 그래도 시간은 좀 지나주었습니다.
아이의 시선과 손이 다시 실밥으로 갑니다.
그걸 잡아채려 다시 엄마가 묻습니다.
"Hey, why do you have a nose?"
엄마 목소리에서 상한 마음을 느꼈는지, 실밥을 매만지면서 그래도 대답은 해줍니다.
"Because I can see."
"No, It's for eyes. You should say, 'I can sm~~~~ell."
오늘따라 노랗고 작은 스쿨 버스는 늦으려나 봅니다.
엄마는 스쿨 버스가 꺾어질 모퉁이 쪽으로 시선을 줍니다.
그리고 입으로는 또 허망한 물음을 던집니다.
뭐든 해야 하니까요.
"Hey, why do you have a mouth?"
"Because I can sm~~~ell."
내가 했던 억양 그대로 답해줄 성의는 있지만, 아이는 아직 '입'의 용도가 버겁습니다.
1학년에 다녀야 할 나이인데도 그게 버겁다는 사실에 절망하기에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주었습니다.
노랗고 작은 스쿨 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옵니다.
뽀얀 안개 속에서 노랗고 작은 스쿨버스는 오늘따라 더 노랗고 작아 보입니다.
엄마는 마지막으로 허망한 질문을 던집니다.
끈기없는 엄마에게서 어느덧 의욕이 벗어나 엄마의 질문은 중얼거림으로 바뀌었습니다.
"Hey, why do you have.....hand?"
눈, 코, 입 다음에 뭘할까 오래 고민하기도 귀찮아진 엄마는 불쑥 '손'으로 건너뜁니다.
살짝 한기가 느껴져 옷깃을 여미려는데,
순간, 엄마의 왼 손에 무언가가 잡힙니다.
조그마하고, 따뜻하고, 말랑거리는.....아이의 손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봅니다.
아이가 엄마를 봅니다.
"Because I can hold your hand."
아이를 버스에 태우고 손을 흔들어주고서야 엄마는 눈물을 흘립니다.
눈의 용도를,
코의 용도를,
입의 용도를 알지 못해도 좋습니다.
손의 용도를 알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수천, 수만가지 일 중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는다'는
그 가장 아름다운 용도를 잊고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뽀얀 안개 낀 오늘 아침,
세상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아이가 제 평생 잊고 살았던 지혜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손은...다른 이의 손을 잡기 위해 있는 것....
당신이 주신 의미 그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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