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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분히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제법 쌓이기 시작한다

.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말해주려는 듯 우중충했던 하늘에선 드디어 눈이 내린다.

한날 한시에 사뿐히 내리는 유순한 투신과 순조로운 연속성...

일년에 한 두 번밖에 내리지 않는 눈에 반갑기는 하지만 퇴근길 도로에서의 전쟁은 미리 겁부터난다.

한국에서의 눈은 그저그런 겨울에는 으례 눈때문에 겪는 불편함은 일상이 되고 끔찍한 폭설이 아니면 생활에 별 지장없이 지내곤 했었다.

그런데 여기오니 눈만 오면 관공서는 물론 학교며 직장까지도 모두 다 쉬니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고 웬 호들갑인가 싶기도했다

. 여긴 대중교통 시설이 없여서일까?....저마다 끌고 나온 차때문에 길 바닥 은 주차장이 되고 십 여분이면 갈 집엔 네시간이나 걸렸던 작년 일이 떠오 른다.

눈 오는 날의 귀가 전쟁은 무슨 무용담 처럼 한 마디씩 보태곤한다. 참 낭만이라곤 찾아 볼 수없는 곳이구나 웬지 씁쓸해 하곤 했었다.

눈만 내리면 무작정 밖으로 나가 소복히 쌓이는 눈길을 한 없이 걷던 생각 이 나곤한다, 결혼 후에도 눈만 내리면 아이들은 친정에 맡기고 친구를 불러내 무작정 걷 다 지쳐서야 들어오곤 했다.

눈만 내리면 무슨 몽유병 환자처럼 싸 다니는 버릇은 여기와서야 멈출 수 있었다, 눈 온다고 좋아라 차 끌고 나갔다가 살짝 얼은 눈길에서 서너 바퀴 돌면서 차 여러대를 박고서야 멈춤과 동시에 내 눈길행도 멈추게 됐다.

이젠 눈 내리는 밖에는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창가에 장막은 다 걷어놓고 앉아 눈오는 그 아름답고 동화같은 풍경은 그림에 떡인 양 아쉽기만하다.

간 밤에 내린 눈 때문에 하루종일 방에만 있으려니 갑갑하고 밖이 궁금해 살짝 뒷 문으로 택에 나갔다가 껴껴이 쌓인 눈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찡고 엉금엉금 거북이 흉내를 내며 간신히 들어왔다.

이젠 눈도 눈으로만 즐길 수 밖에..... 눈이 좋아 눈 맞고 싸 돌아 다니던 시절도 이젠 아 옛날이여 라는 유행가의 제목으로만 남은 것 같다

. 이제 이 눈 밭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골로 간다는 것도 아는데 무슨 낭만 에 초 처 먹을 일 있다고 눈만 오면 뒤 숭숭 한지 참 나이 헛 먹었구나... 조금은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 눈 내리는 날의 애잔한 아름다움은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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