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성당활동

   주일미사

    일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4시 미사를 제외한 평일 미사 및 토요일 미사는 당분간 없습니다.10/23/2023

   온라인 봉헌

온라인 봉헌[클릭]

   성당문의

성당문의 안내[클릭]

   신자등록 및 성사안내

신자등록 및 성사안내[클릭]

   성당주소

    3031 Holland Road,
    Apex, NC 27502
    전화: (919)414-9256
    이메일: hellospjcc@gmail.com

자유롭게 공동체간의 의견을 표현할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부적절한 내용은 삭제 될 수 있습니다.

r그때 그 미국 숭늉 커피

김명화 스텔라 2014.10.08 18:25 조회 수 : 332

가을의 첫 손님은 바람이다

. 여름내 완강했던 초록의 기세도 술그머니 홍조를 띠기 시작한다.

여름의 수고로움을 가을의 숲에선 위로라도 받고 싶다 . 늦은 아침을 먹고 볕 좋은 창가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의 호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구수한 커피 향은 언제 맡아도 좋은데 향 대비 맛은 늘 2% 부족한 것 같은 건 나만의 생각일까... 따뜻안 커피잔을 앞에 놓고 문듯 아주 옛날 30여년 전의 바가지에 담겼던 쓰디쓴 커피가 생각나 혼자 웃었다.

당진에서도 백 여리 더 들어가는 동생네 시집인 송산이라는 곳에 엄마를 모시고 조카의 돐 잔치를 보러 갔다 . 엄마는 네째 딸이 사는 미국에서 근 일 년을 지내시다 오신지 얼마 안 됐지만 당신이 막내딸 산후 조리를 못해줘 사돈께 무척이나 미안해 하셨다. 미국 동생도 거의 같은 시기에 출산을 하게 됐는데 타국에서 맞을 해산이 더 힘들것 같아 우리가 엄마의 등을 더 밀었었다

. 그때만해도 미국 갔다오면 큰 벼슬이라도 하는 것 같었고 더욱이 미국서 갖고오는 선물에 관심이 많었다. 지금은 흔하지만 쵸코렛이나 커피가 제일 무난한 선물거리였다. 그 시절의 커피는 사실 문화입네하는 자기 과시욕의 대명사였고 또 남이 먹으니까 유행저럼 마시기도 했던 터였다. 미군 부대에서나 양키시장 뒷 골목에서 사 먹던 흔치않던 것이기에 커피는 물색없이 인기가 좋았다. 엄마도 한국가서 줄 선물로 미제 담배며 커피,,등등 을잘 챙겨오셨다. 평생 태어나고 자란 고향하늘과 땅 만이 이세상 모든 것인줄 알며 사시던 사돈 꼐서는 미국 갔다온 사돈이 온다고 온 동네 광을 냈고 그 바람에 산 등성 넘어 먼 마을에서도 애기 돐 잔치보다 미국갔다 온 사돈 구경한다고몇 십 명이 모여 들었다.

아침을 걸게들 잡수시고는 먼 코쟁이 나라 미국 얘기를 들으시려고 자리를 뜨지 않었다. 안 사돈이 좀 우쭐 거리시며 <이따가 저녁때들 오셔, 저녁 먹고 미국슝늉 구수하게 끓여 줄테니,,,코피라는게 말하자면 미국 숭늉이래유,,,> 전 날 저녁에 사돈 어른께 미제 담배 한 보루와 커피 두 봉지를 미국서 사온 선물이라 드리니 <코피가 뭐여?> 안 사돈이 묻는 말에 제부가 < 엄미 우리가 밥 먹고 숭늉 먹잖유 미국 사람도 제 나라 밥먹고 먹는 거래유 그러니께 미국 숭늉인 셈이쥬...> 유머 감각이 있고 능정을 잘 떠는 제부의 커피 설명이 우스웠지만 딴은 그말도 그럴듯 하긴했다. 사돈께서 자랑하신 그 미국 숭늉인 코피 맛이 궁금해 할 수밖에... 저녁을 먹고 동생내외는 나와 엄마를 앞세우고 논과 밭이랑을 지나 과수원 까지 안내를 했다.뜨거웠던 여름이 막 가고 가을이 시작되던 때인데 철 지난 개구리가 청아한 목소리로 울고 감 나무 숲 어디선가에선 매미와 쓰르라미의 울움도 있었던 그 정겹던 시골풍경 등...밭이랑을 지나며 올려다 본 맑고 깨끗한 하늘 가을에 느끼는 원초적 쓸쓸함,, 그러나 모든게 풍요롭고 넉넉하고 평화로운 시골길....우리는 오랬만에 느긋하게 한가롭게 시골길을 거닐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아이구 내 정신 하시며 얼른 들어가자고 하셨다. 산책을 하다 말고 돌아와 보니 툇마루와 마당 멍석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앉았는데 앞앞에는 수 도없이 많은 양재기며 국 그릇 주발 대접등, 부엌에 그릇이란 그릇은 모조리 나와 있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익모초<육모초>라도 마신듯 찡그린 얼굴로 앞앞에 놓인 그릇을 시쿵둥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웬일일까?.... <내가 잘 못 긇였남.. 어째 미국숭늉이 쓰기만 하다냐...코피라는 게 이런 맛이여...? 코쟁이들은 밥을 시꺼먹게 태워 먹나베 그렁께 이렇게 새까맣지....> 바가지에 담긴 커피와 우리를 연신 바라보신다. 볼 먹은 어머니의 말이 무안했던지 <어떻게 끓였는 데요...?> 어떻게 끓이긴 어떻게 끓여 가마솥에 물 붇고 코피 쏟아 붓고 끓였지....> 아차, 설탕과 프림 넣어 드시는 걸 얘기 안했구나,,,아무리 시골이라도 설탕 넣는 걸 몰랐을까... 커피를 선물 했으면 프림과 설탕도 생각 했어야 했는데... 저녁 먹고 우리가 나간 사이에 사돈께서는 미국 숭늉 맛 보인다고 무쇠솥에 물 가득 붓고 커피 두 봉지를 다 풀어넣고 펄철 끓였다는 것이다. 한 그릇씩 맛 보라고 사람 수 대로 그릇 그릇에 바가지로 퍼서 배급 주듯 주었는데 <어메 이게 무슨 맛이라냐,,,,?> 모두들 한 마디씩 하더란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미국서 사 온 미국 숭늉 맛이 이렇게 쓰기만 하랴 싶어서 참고 한 두 모금 씩 더 드신 분들도 있었단다. 박카스나 활명수 한 병에도 취했던, 백지같이 순수했던 분들이니 그날 밤은 잠을 이룰수가 없었을 밖에.. 하는 수 없이 마을 사람들은 툇 마루에 나와 앉아 하늘의 별 만큼이나 초롱초롱한 눈 망울로 이 얘기 저 얘기 도란 도란 개울 물 흘러가 듯 온 밤을 지새다 새볔녘에야 눈을 붙였다는 그 분들께 우리는 끝내 카페인 소리는 하지도 못했다. 어쩌다 그떄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다른 문화권이면 늘 처음에는 착오와 문제가 생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커피의 맛도 멋도 모르던 그때 그시절은 가고 이제 커피는 가장 가까운 기호식품이 됐다. 어디를 가든 커피 한잔은 나온다. 커피는 아예 숭늉아닌 숭늉이 되고 말았다. 이 가을 괜찮은 찻 집에서 오랬동안 소연 했던 친구라도 불러내 마주 앉고싶다. 구수하고 산듯한 커피를 음미하며 내 삶의 향기도 괜찮은 커피의 향같이 으근하게 퍼져 나가게 할 일이다. .

 
번호 제목 이름 세례명 날짜 조회 수
142 청년 성서모임 제 1회 창세기 연수 10/20-10/21 2018 [4] file 최나미 아녜스 2018.10.22 475
141 (펌) [생활성가의 기쁨] 내 생애의 모든 것 AdelaKim Adela 2018.10.06 250
140 성령과 함께하는 청년 성서 모임 (연수 전) [10] 김연수 안젤로 2018.09.03 703
139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2] 김인숙 베레나 2018.06.24 283
138 꽃보다 쌀 (?) [1] 김명화 스텔라 2018.06.23 150
137 말씀과 나눔의 시간, 구역모임 [2] 김인숙 베레나 2018.05.20 415
136 꽃 구경 못한 봄 나들이 [2] 김명화 스텔라 2018.05.02 233
135 약속의 무게 [1] 김명화 스텔라 2018.03.29 196
134 십자가의 의미 [1] 김인숙 베레나 2018.03.12 165
133 무지의 아이콘 대륙횡단하다. [2] 김명화 스텔라 2018.02.19 231
132 그리운 이들이여 안녕 [2] 김명화 스텔라 2018.01.01 320
131 말...말... 말... [1] 김재화 시몬 2017.12.21 213
130 12월의 가을 [1] 김명화 스텔라 2017.12.07 214
129 누나 수녀님의 편지 김재화 시몬 2017.11.27 213
128 구노의 아베마리아 AdelaKim Adela 2017.11.22 111
127 소개 합니다. - 워싱턴 디씨에 성경박물관 오픈 AdelaKim Adela 2017.11.20 299
126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와 주교요지 김인숙 베레나 2017.11.17 159
125 타 종교에 대한 가톨릭의 관용은 ‘종교다원주의’ 아닌지요? 김재화 시몬 2017.11.03 154
124 2017년 10월22일 미주 평화 신문 file 방정모 요한 2017.10.28 250
123 소풍 [1] 김명화 스텔라 2017.10.13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