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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3 주일 : 나약한 믿음

김재화 시몬 2021.03.07 12:36 조회 수 : 52

사순 제 3 주일 요한 2,13-25

 

안녕히 지내셨는지요? 며칠 전에 필라델피아에서 사목을 하시는 신부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으셨고, 본당에 미사가 있는지도 물으셨습니다. 필라델피아는 두 분의 신부님이 계시는 커다란 본당인데도 평일에 미사를 못하신다고 합니다. 그 곳은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로 돌아가시는 분도 많으시고, 확진을 받으신 분들이 계속 생겨서 평일 미사는 신부님 두 분이 하신다고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입니다. 우리 본당의 신자분들은 무탈하셔서... 그리고 이렇게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벌써 사순 3 주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의 성전 정화에 대한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른 공관 복음과 다른 시각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으면 신자분들이 어려움을 느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한만이 예수님의 성전 정화를 공생활 시작에 갖다 놓았습니다. 다른 공관 복음들을 예수님의 마지막 공생활에 성전을 정화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말입니다. 공관복음들은 예수님의 성전 정화가 십자가의 길을 준비하는 마지막 정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고 하느님의 집이 기도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고 언급을 해 줍니다. 하지만 요한 복음은 이런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요한에게 예수님은 이미 하느님과 같은 분이십니다. 예수님에게 성전은 당신의 집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몸이 성전임을 요한 복음은 이야기를 합니다. 요한은 성전 정화 작업을 복음의 앞에 놓음으로서 공생활을 시작하는 예수님의 열정이 얼마나 커다란 것이었는지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복음을 좀 더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이스라엘은 매년 파스카 축제를 지냈습니다. 처음부터 성전이 상인들과 환전상으로 가득 찼던 것은 아닙니다. 매년 파스카 축제를 지내면서 축복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축복의 크기에 따라 소나 양이나 비둘기 한 쌍을 봉헌했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집에서부터 제물을 가지고 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제물을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배려로 성전에 예물을 준비하고 봉헌할 수 있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얼마나 커다란 이익이 되는지 알게 된 사람들은 사제들에게 판매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로마가 세계를 정복하고 로마의 돈을 가지고 예루살렘에 와서 이스라엘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생기자 환전을 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제 성전은 하느님을 경배하는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이익을 살고 파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사람은 참으로 손익을 빠르게 계산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성전을 정화하고 그들에게 표징을 보여 주십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예수님의 이름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같은 분으로서 사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황이 바뀌어 결국 당신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고 갈지 알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믿음은 나약합니다. 나의 상황이 바뀌면 나의 손익을 계산하고 빠르게 대처합니다. 나에게 손해가 나지 않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없이 약속을 합니다. 하느님에게, 나 자신에게, 내 가족에게, 내 이웃에게... 나의 상황이 바뀌면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말입니다.

 

예전에 병원에서 알던 간호부장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강남에 아파트도 있고, 병원에서 월급도 많이 받으셨습니다. 그런데도 결혼을 하지 않으셔서 제가 그 분을 만나면 장난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강남에 집이 있고, 월급도 넉넉한 분이셔서 아무 남자나 잡고 결혼 하자고 하면 쉽게 결혼하실 텐데 왜 혼자 사세요?” 그러면 부장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자신은 어머니와 사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과는 같이 살지 못할 것 같다고. 어머니께서 아직 건강하셔서 밥도 해주시고, 집안 정리도 해 주시고, 시간 되면 같이 여행도 다니는 것이 너무나 좋다고.

 

저는 다른 병원으로 전근을 갔습니다. 그 곳에서 부장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커다란 일이 있어서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회의석상에서 부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장님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못가뵈어서 너무나 죄송하다고. 그런데 오히려 부장님이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부장님은 자신의 결혼식에 청첩장을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부장님은 결혼을 하셨던 것입니다.

 

상황이 변하면 우리의 마음은 변합니다. 너무나 쉽게.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약속을 배우자에게 합니다.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그런데 그 사랑이 얼마나 쉽게 바라는지. 내 삶의 환경과 상황이 변하면 우리의 약속은 너무나 쉽게 변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계시다고 하십니다.

 

사순절. 이 사십일 동안 우리의 나약함을 굳건하게 만들기는 힘든 시간일 것입니다. 40년을 광야에서 정화의 시간을 가진 이스라엘도 결국은 변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순절은 나의 나약함을 돌아보고 나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과 함께 머무는 감사의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꼭 가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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