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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4 주일 : 더러운 영

김재화 시몬 2021.01.30 07:59 조회 수 : 56

연중 제 4 주일 마르코 1,21-28

 

한 주간 무탈하셨는지요? 주 중에 첫 눈이 내렸습니다. 밤사이에 눈이 세상을 덮었습니다. 다행히 금방 녹아서 운전하는데 위험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은 눈 보기가 참으로 힘 들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하얀 세상을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새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으시고 카파르나움을 중심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예수님의 활동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안식일에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회당에 가셨습니다. 율법학자들이나 랍비들은 언제나 구약 성서와 조상들의 전통을 근거로 내세워 율법을 가르쳤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체험한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그 가르침이 새롭고 힘이 넘쳤고, 그것을 들은 사람들은 매우 놀랐습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마귀를 쫓아내는 행동으로 입증하셨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은 더욱 권위가 있었습니다.

 

한 회당에서 예수님은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만나십니다. 그 영이 말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더러운 영이 쫓겨나지 않으려고 자기를 쫓아내는 사람의 신분이 무엇인지 폭로하는 내용입니다.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저희’ 라고 표현합니다. 그 숫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러운 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은 거룩하신 분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속한 분이시고, 자기는 더러운 사탄들에 속하기 때문에 분명히 소속이 달라 서로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멀리 있는 사람은 무엇이건 구분해서 따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내 것과 너의 것, 내 편과 남의 편,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들... 이런 모습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는 나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은 모두가 친구입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합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받은 과거의 상처들 때문에 타인과 거리를 만드는 것이 어쩌면 내 안의 부정적인 영, 더러운 영의 작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마음들은 깨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은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러운 영은 이렇게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예수님은 치유를 하시려고 하는 것입니다. 딱딱한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하십니다.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시려고 하십니다.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지만 예수님과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것을 멸망이라고 받아들입니다. 더러운 영은 그러고 보면 어떤 외적인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정적인 생각들, 거부하는 마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거부하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지,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도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기 위한 수많은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더러운 영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자신이 더러운 영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알고 있으니 더러운 영이 아니라 거룩한 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더러운 영을 묵상하면 묵상할수록 내 자신의 모습을 자꾸 보게 됩니다. 더러운 영처럼 수많은 핑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직장에서도 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라는 후회를 마음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 후회 속에는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위안을 함께 합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이중적인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새성경에는 이렇게 정중하게 나와 있지만, 예전 공동번역에는 조금 더 강하게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입을 다물어라.” 행동은 없고 말만 휘황찬란하게 하지 말라 하십니다. 자신의 처지를 정당화 하지 말라 하십니다. 말로만 당신을 찬미하지 말라 하십니다. 소극적인 마음, 부정적인 마음, 더러운 마음에서 일어 설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결국 이 더러운 영은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갑니다. 무엇인가를 끊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경련이 날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습관이 되어 있는 나쁜 것들은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가 포기하는 것을 예수님은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의 치유는 나를 허무는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의 벽을 깨뜨리고, 내 탓이라고 인정할 때 이 치유는 이루어집니다.

 

암으로 오랜 시간 투병하다가 돌아가신 형제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신앙을 갖지 않은 분이셨습니다. 살아오면서 어머니로부터 그렇게 영세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한 번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젊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암이란 판정을 받았을 때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건강했기에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수많은 병원을 다녔습니다. 하지만 암에 걸려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어머니에게 무엇인가 효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습니다. 죽음 앞에서 그 형제님은 이제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영세를 받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부인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아내가 개신교에 직위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세례를 받겠다는 말에 부인도 개종을 결심했습니다.

 

아들은 미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일을 알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영세하고, 며느리가 개종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날짜를 맞춰 건너오셨습니다. 그리고 영세하는 자리에서 아들의 힘없는 머리를 들어주었습니다. 영세 후 바로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를 영하며 병자성사도 받았습니다. 새로 태어나고 죄를 용서 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을 한 자리에서 하셨습니다. 그것도 어머니의 품에서 말입니다. 그 분은 아내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고, 죽기 전에 어머니 곁에서 영세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영세를 받고 하느님께 갈 수 있음에 위로를 받으셨습니다.

 

자신이 무엇이고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사람은 자신을 믿습니다. 자신을 믿는 이에게 하느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약한지 깨달을 때, 그 사람은 한없이 약하고 부드러움 속에 숨어 계시는 분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이 우리 안에 오시도록 나를 개방하는 것, 예수님이 끊임없이 나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우리를 거룩하고 깨끗한 영으로 살도록 해주는 힘임을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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