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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대축일 마르코 1,7-11

 

한 주간 건강히 지내셨는지요? 오늘로부터 우리는 성탄시기를 끝내고 연중시기에 들어갑니다. 성탄시기가 주님의 탄생으로서 그분의 신적인 모습을 주로 조명해 주었다면, 연중시기는 우리의 일상 삶 안에 인간으로서 주님이 어떻게 현존하고 계시는지 조명해 줍니다. 오늘은 그 연중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의 세례축일이다. 주님은 세례를 통해 성령을 드러내 주시고 사람들과 함께 머물며 하느님의 뜻을 일깨워 주시는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주님의 세례를 전하는 오늘의 복음은 저에게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제가 사제서품을 앞두고 한 달간 대침묵 피정을 할 때 이 복음이 주어졌습니다. 전 그때 이 복음이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져서, 사제서품을 받을 때 서품 성구로 택했습니다. 이 복음을 관상할 때의 느낌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의 손길에 의해 요르단 강 물에 잠기기전,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온다는 요한의 말에 회개를 하고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앞에 세례를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시며 당신도 그들과 똑같은 물에 몸을 담그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물에서 인간들로부터 씻겨져 나온 죄악을 맛보십니다. 인간들이 세례를 통해 벗어 놓고 간 허물들. 그 허물들이 예수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요르단 강에 가득한 그 허물들은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앞으로 당신이 부딪쳐야 할 인간들의 모습이 그 안에 다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허세, 욕심, 좌절, 열등감, 권력욕, 명예, 돈, 탐욕, 시기, 질투, 슬픔, 방종, 어둠 등. 그러나 예수님은 그 순간 더 없이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셨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또 누가 인간의 순수함 위에 덮여 있는 이 허물들을 벗겨 줄 수 있을 것인가? 예수님은 이 세상에 당신을 보내주신 아버지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당신의 길로 순명하십니다. 그리고 요르단 강 위로 머리를 들어 올리셨습니다. 이때 하늘에서 아버지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예수님은 성령이 당신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해 발길을 옮기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세례를 통해 아버지께 대한 순명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연민을 함께 지니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으로부터 시작한 세례를 이어 받고 있는 신앙인들입니다. 예수님의 세례가 인간에게 구원의 시작을 가져다주었듯이, 우리가 교회 안에서 받는 세례는 우리를 구원의 여정에로 이끌어주는 예식이 됩니다.

 

그렇지만 세례를 통해 구원에로 초대되었다고 해서, 세례 받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개신교에서 이야기 하듯, “믿음 천당, 불신 지옥”은 외곡된 생각입니다. 세례는 초대일 뿐 그 길에 얼마나 잘 머물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했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이 아버지께 순명하시고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우리를 대하셨듯이, 우리도 그분과 같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합는 것입니다. 오늘 제 2 독서에서 베드로 사도가 말합니다. “나는 이제 참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 (사도행전 10,34.35) 이런 세례의 의미를 잘 깨닫게 하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한 마술사가 성서를 읽고 예수님에 대해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세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을을 떠나 교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교회를 찾으러 가는데 장례 행렬을 만난 그는 예수님처럼 죽은 자를 살렸습니다. 또 길을 가는데 가난한 이들이 빵 때문에 서로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 빵을 들고 마술을 부려 100배가 되게 해 주었습니다. 그가 강에 도착해 목을 축이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너편에 성당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건너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성당에 들어가 신부님에게 자신이 한 일을 들려주고 세례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이 이렇게 물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기적을 행하는 힘이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고,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당신 자신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마술사는 그 성당을 떠나 자신의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마술사인 그에게 예수님의 기적을 행하는 일은 쉬웠지만, 예수님처럼 자기를 희생하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을 것입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면 과연 누가 세례를 받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부족하고, 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우리의 세례는 시작입니다. 나의 부족함을 주님께서 받아들여 주시고 용서해 주셨기에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오고 있다는 것.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고자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신앙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을 자신의 삶에 있어 모범으로 삼고 사는 신앙인들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닮아 가기 위해 세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에게 구원의 씨앗이 뿌려진 후로 우리가 얼마나 그 씨앗을 키워왔는지, 앞으로 우리가 만날 말씀들을 토대로 하나씩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주님 보시기에 마음에 드는 자녀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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