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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루카 2,16-21

 

2021. 새해가 시작합니다. 늘 새해가 되면 무엇인가 다짐을 했는데, 올해는 다짐이 아니라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예전의 평범한 날이 주어지기를... 2020년은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한 해였습니다. 올해에는 마스크를 벗고, 가까운 거리에서 악수를 나누고 침도 튀면서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런 평범한 희망을 바라는 우리에게 오늘 제 1 독서는 축복의 시를 들려줍니다. 이 세상을 만드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고, 귀히 여기시며 아끼시고 복을 내리시는지 노래해 줍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이런 축복을 마음에 담고 구유에 누운 예수님과 예수님을 바라보는 성모님을 묵상합니다. 성모님에 대한 묵상은 늘 저의 어머니를 함께 떠오르게 합니다.

 

제가 메릴랜드에 있는 작은 공동체에 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성당 근처의 부회장님 댁에서 성탄을 앞두고 작은 파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여서 그 동안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성장하였는지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한 자매님이 요즘 주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있다고 말을 꺼내셨습니다. 제가 이 곳에 있으면서 가족이나 한국이 그리워지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라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면 내 마음이 공동체에게서 멀어질 것이 걱정이 되신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한참 즐거운 분위기였고, 내 자신이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서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할 때마다 그 자매님의 말씀이 계속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차가와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것인지... 내가 불효자인 것인지... 사제이기 이전에 아들이라는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인간적인 질문들 앞에서 주님께 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사제가 되기 전에 한 달 피정을 하면서도 가졌던 이 질문. 이번에도 똑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분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들을 사제로 봉헌한 부모님에게도 행복이라는 것.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 자매입니까? 바로 여기 있는 이 사람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나의 형제, 자매요, 어머니입니다.” 모든 사제의 부모님들은 그렇게 자신의 자식을 사제로 봉헌한 분들입니다. 자신들보다는 주님의 사람들에게 헌신하기를 바라는 것이 사제를 자식으로 둔 부모님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 마음은 어쩌면 성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님은 앞으로 자신이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십자가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그런 아들의 고통을 잉태의 순간부터 지고 가셔야 했습니다. 성모님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어머니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 목자들이 놀라운 말을 전해도 성모님은 어머니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라워 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속으로 곰곰이 그 뜻을 되새기며 간직할 뿐이셨습니다.

 

성당의 입구에 서 있는 성모님을 보며, 성당을 다니지 않으시는 분들이 가끔 천주교는 성모님의 교회라고 말합니다. 저는 신앙을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을 원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성모님은 한 번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원망을 하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저 멀리 있는 주님께 다가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우리는 성모님께 의지합니다. 우리가 가야할 신앙의 길은 끝이 안보이니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위안을 얻고자 합니다.”라고.

 

성당 입구에 계신 믿음의 어머님이신 그 분을 우리는 신앙의 첫걸음에, 교회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 우리 마음 안에 모십니다. 그래서 한 해의 첫 날을 성모님의 날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내 자신의 어머니처럼, 성모님은 나보다 더 나를 위해 주님께 전구 해 주십니다. 구유에 누운 당신의 아들을 쳐다보시던 그 눈으로 성모님은 아직 어린 신앙을 가지고 있는 많은 이들을 돌보아 주십니다.

 

2021년을 여는 오늘 우리는 그래서 성모님께 올해를 의탁합니다. 코로나로 무의미한 것처럼 지나온 작년 한 해를 원망하지 않고, 새로운 한해를 은총으로 주신 주님의 뜻대로 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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