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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왕 대축일 마태오 25,31-46

 

올해의 전례력을 마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오심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묵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재미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오늘 대축일의 이름을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리스도 대통령 축일이라고. 왕은 사라지고 대통령이 한 나라의 모든 권력을 지니고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니, 우리들의 삶에서 예수님을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는 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왕으로 나의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신 것인지? 지난 주일 미사에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올해를 정리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지 못한 시간을 함께 반성하고 묵상하는 한 주간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과연 어떻게 한 주간을 보내셨는지요?

 

저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주간동안 일 년을 돌아보고 저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주 복음에 나오는 한 달란트나 한 미나를 받은 종처럼, 내 삶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에게 주신 은총을 너무 헛되게 쓴 것은 아닌지 묵상하고 또 묵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 강론이 약간은 스스로의 반성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하고 당신의 왕권을 장엄하게 선포하십니다. 그리고 그 때에 모든 민족을 불러 놓고 심판을 하겠다고 하십니다. 심판의 기준은 “내가 굶주렸을 때에, 내가 목말랐을 때에,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내가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잘 해주었느냐 안 해 주었느냐가 됩니다.

 

이 복음은 우리가 장례식에서 고인과 마지막으로 나누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도 주님 앞에 서게 될 때에 이 말씀에 따라 축복받은 사람의 대열 속에, 아니면 저주 받은 사람의 대열 속에 서게 될 것입니다. 과연 최후의 심판 때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묵상해 봅니다.

 

지금 저의 삶은 한 달란트를 땅에 묻어 둔 게으른 종에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아서 왠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서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며, 선택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하나는 선택하되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포기한 것을 되돌아보고 아쉬워한다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실패를 했다는 증거란 말도 될 것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신앙인이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8) 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그리스도를 택하고, 그리스도와 반대되는 모든 것에서 죽은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오 6,24)고 말씀하셨듯이, 신앙인의 삶은 오른 손에는 하느님을 왼손에는 재물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그런 어정쩡한 믿음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어느 쪽도 버리지 못하는 신앙을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왼쪽에 선 자들이 했던 말을 저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주님, 제가 언제 알고도 주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신앙을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한 주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주님은 저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십니다.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지만 오른쪽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다음 주부터 시작할 대림 시기는 그래서 새로운 은총의 시작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이 더 크게 마음에 울립니다. “내가 몸소 내 양 떼를 먹이고, 내가 몸소 그들을 누워 쉬게 하겠다... 잃어버린 양은 찾아내고 흩어진 양은 도로 데려오며, 부러진 양은 싸매 주고 아픈 것은 원기를 북돋아 주겠다.” 우리는 지금 부러지고 아픈 양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런 양을 버리지 않고 찾아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 곁으로 오시는 주님을 새로운 마음으로 잘 준비해야겠습니다. 내 마음에 어두운 것은 밝히고, 더러운 것은 깨끗이 하면서 말입니다.

 

2020년 가해의 전례력을 마치면서 글 하나를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갖고 있나요? 당신이 갖고 있는 향기가 사람들에게 따스한 마음이 배어 나오게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향기가 있습니다. 그 향기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자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윽한 장미의 향기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향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감추려고 또는 자신의 몸을 향기롭게 하려고 향수를 뿌립니다. 그러나 향수 중에서 가장 향기로운 원액은 발칸 산맥에서 피어나는 장미에서 추출된다고 합니다. 그것도 어두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딴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 때가 가장 향기로운 향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의 향기도 가장 극심한 고통 중에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절망과 고통의 밤에 비로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합니다. 베개에 눈물을 적셔본 사람만이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은 영혼의 향기가 고난 중에 발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죠. 그렇다면 당신의 향기도 참 그윽하고 따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향기를 맡게 하는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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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아직도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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