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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중 제 26 주일

 

안녕들 하신지요? 완연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일교차가 커지는데 감기몸살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국에서는 추석이 있는 주간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매년 추석에는 조상님들을 위해 함께 연도하고 미사를 봉헌했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조용하게 지내게 됩니다. 마음이 섭섭함으로 가득합니다. 이런 섭섭함을 한국에 계신 가족들과 짧게라도 전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연중 제 26 주일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유다의 지도자들을 만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점점 더 예수님을 따르자 예수님과 유다인 지도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하나 말씀하시면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질문을 던지십니다.

 

어떤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일을 시켰는데 한 아들은 싫다고 반항했지만 그래도 일하러 갔고, 다른 아들은 가겠다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는 뒤로 뺑소니를 쳤습니다. 둘 중에 누가 좋은 아들이냐고 질문하십니다.

 

그들은 첫 번째 아들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가 사제들과 원로들 같은 의인들과 창녀나 세리들 같은 죄인들을 비교한 이야기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을 철저히 배척했던 유다의 지도자들-오늘 복음에 나오는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뿐 아니라 바리사이와 사두가이파 사람들까지-은 하느님의 법에 매우 충실했던 사람들입니다.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지극히 사소한 조항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정해진 때에 제물을 바치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와 단식을 실천하는 빈틈없는 종교인의 모범을 실천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종교인들에 대하여 예수님은 그들이 바로 하느님에게 대답은 훌륭히 해치우지만 하느님의 뜻은 무시해 버리는 둘째 아들과 같다고 언급하시는 것입니다.

 

유다의 지도자들은 전통을 지키고, 율법을 지키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살아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이런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전통과 율법을 무너뜨리려는 이런 이야기들은 유다의 지도자들에게 예수님을 배척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더 큰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기에 하느님이 무엇을 바라는지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지금도 그런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유다의 지도자들처럼, 언젠가는 자기 안에서 예수님을 배척하고 다시 죽음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음을 묵상하게 됩니다. 자신의 앎이 곧 자신의 믿음이 될 수 없습니다. 지식은 없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구원에 가까이 있음을 오늘 복음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앎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가정 안에서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마음을 이해해 주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짐이 되는 경우들 말입니다.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아는 만큼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 무시하려는 교만이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에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길을 걷고 계셨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먼저 이렇게 부탁을 했습니다. “영감! 다리가 아파서 그런데 좀 업어줄 수 있지?” 할아버지는 별 말씀 없이 할머니를 업었습니다. 할아버지 등에 업혀서 가던 할머니가 “영감, 무겁지!”하는 것이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무겁지. 머리는 돌 머리요, 얼굴은 철판이요. 간은 부었으니 당연히 무겁지!”

시간이 흘러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업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업고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여보, 무겁지!” 하고 말하자 할머니는 “아니, 안 무거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는 바람만 찼고, 양심도 없고, 싸가지도 없잖아.”

 

너무나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을 잘 꼬집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 숨길 것도 없는 사이라서 서로를 무시하고 상처가 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서로가 어디를 찌르면 아파하는지도 잘 압니다.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을 그래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쉽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앎의 낭패들은 하느님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지 않나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신앙을 스스로 판단하고 측정합니다. 기도가 잘 될 때나, 평일 미사를 나오는데 마음이 가벼울 때는 하느님과 가까워졌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신심의 위안은 자신의 생활에 교만함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부족한 신앙을 비판하거나, 누군가의 기도생활에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참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신심활동을 핑계로 가정생활에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느님과 가까워졌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느님이나 가족과 이웃 앞에 얼마나 겸손해지고 있는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예수님이 바라시는 가장 바른 자녀는 어쩌면 아버지의 말씀에 “예”하고 대답하고 바로 실천하는 자녀가 아닐까 합니다. 앎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진정한 자녀가 될 수 있는 한 주간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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