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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20 주일 마태오 15,21-28

 

 

성모승천 대축일이었던 어제가 말복이었습니다. 한국적인 문화에서 복날이면 건강을 위한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데, 미국은 그런 분위기는 없습니다. 그냥 더위는 더위일 뿐입니다. 그래도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습관적으로 먹었던 복날 보양 음식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복날은 단순히 무엇인가 건강에 좋은 것을 먹는 날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날이었던 것임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다들 건강하게 더위를 잘 나시고 계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한 가지 이야기를 해드리면서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성당에 다니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이야기입니다.

 

로마 인근 수도원에 담배를 무척 좋아하는 두 분의 수사님이 있었습니다. 한시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골초였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시간도 많은데 기도 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 청을 드려 보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한 분이 교황님을 만나러 가서 “교황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겠습니까?”라고 청을 드렸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아니,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기도 중에 담배를 피우다니요. 안 됩니다.”라면서 깜짝 놀라시며 반대하시는 것입니다. 당연하겠지요? 아무튼 낙담을 하고 시무룩하게 돌아온 수도자는 다른 수도자를 보고 말했지요. “기도 중에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하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다녀오지.” 이번에는 다른 수도자가 교황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 수도자는 교황님을 만나고 온 뒤에는 기도 중에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먼저 다녀온 수도자가 “아니, 자네는 어떻게 허락을 받았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이 수도자가 대답하기를 “나는 이렇게 교황님께 말씀드렸다네. ‘교황님, 담배 피는 중에 기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랬더니 교황님께서 ‘아주 훌륭한 생각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늘 기도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라고 말씀해 주셨네. 지금 나는 담배를 피우는 중에 기도하는 것이라네.”

 

말이란 참으로 신기합니다. 똑같이 담배를 피게 해달라는 말인데, 어떤 말은 되고 어떤 말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우리 삶에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나는 적절한 자리에서 적절한 말을 하고 있는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로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녀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의 사랑하는 딸이 마귀가 들린 것입니다. 그 누구도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자, 가나안 여인은 오로지 예수님만이 딸을 고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찾아와 부탁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아예 무시하십니다. 제자들도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는 가나안 여인에게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큰 상처가 되시는 말씀을 하십니다. 즉, 너의 딸을 절대로 고쳐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씀 하십니다.

 

어떻게 사랑을 늘 강조하시던 예수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강아지로 표현하면서 무시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는 여인의 입장이라면 화를 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멱살을 잡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하면서 “너 죽고 나 죽자.”라고 난리치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나안 여인은 이 말씀에 당황해 하거나 노여움을 품지 않습니다. 그녀는 바로 이 순간,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적절한 말을 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처참하게 만드는 예수님의 말씀을 인정하면서 자신을 하찮은 강아지로 표현하는 말까지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겸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놀랍습니다. 그녀는 진정으로 예수님이 자신의 딸을 고쳐주실 수 있다고 믿었기에 예수님 앞에서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이 모습은 오늘 제 1 독서인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하느님이 반기시는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며, 주님의 종이 되려고,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 안식일을 지켜 더럽히지 않고, 나의 계약을 준수하는 모든 이들.” 하느님은 당신의 집에서 그런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나안 여인은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으로서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종이 되려고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자비를 얻을 수 있는 겸손한 종의 고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한 이방인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감탄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느님의 자비를 담은 이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참으로 드라마 같은 복음입니다.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 번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봅니다. ‘나는 적절한 자리에서 적절한 말을 하고 있는가?’ 적절한 자리에서 적절한 말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난감할 때는 오히려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내 생각대로 적절하게 표현되지 않아서 나를 당황하게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더 반성하게 됩니다.

 

요즘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혼자 있다가 누군가를 만나면 세상의 이야기를 다 나누고 싶어 합니다. 또 언제 누군가를 만날지 몰라서 잠깐 스치듯 만나는 누군가와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누려는 듯 소비적인 말들로 그 시간을 꽉 채웁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말이란 것,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진정성 있는 말, 겸손한 말, 지혜로운 말. 서로가 답답하고 어렵게 보내고 있는 이 시간, 많은 말로 실수해서 상대방을 더 곤란하게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겸손하게 나를 낮추고, 주님께 기도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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