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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 5 주일 요한 14,1-12

 

이 번 주에 코로나에 대한 주정부의 지침이 있었습니다. 이제 조금 바이러스가 사그러 들어서인지 외부에서 행사를 갖는 것에 대한 지침들이었습니다. 그 중에 미사를 드리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주일에는 외부에서 6피트 사이를 두고 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일에는 10명 이내로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목위원분들이 이에 대해 의견이 오고 갔습니다. 인원제한을 하자는 이야기. 구역별로 나누어서 하자는 이야기. 방역에 대한 이야기. 영성체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누어질수록 외부에서 미사를 드리는 일은 벅차게 느껴집니다. 그냥 가볍게 여기면 쉬운 일도 깊이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져서 결국 손을 놓게 됩니다. 다른 동남부 신부님들도 아무런 대응이 없는 것을 보면 우리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싶습니다.

 

몇 주 전에 미사를 시작한 한국의 상황이 궁금해 전화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줄에 두 명씩 2미터를 사이에 두고 앉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당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 적고, 열을 검사하고 마스크 착용을 엄격히 지시한답니다. 어떤 본당은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서 신자들이 지침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이제 점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확진 환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니, 빨리 안전한 상황에서 서로가 경계 없이, 걱정 없이 서로를 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인사 같은 말씀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우리가 기도 안에서 산란하지 않도록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복음을 묵상하고 묵상하면 신앙의 길이 참으로 만만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필립보에게 하시는 말씀 ;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오랫동안 신앙을 갖고 기도를 하고 미사를 하면서 살다가도 하루 아침에 신앙에 회의를 갖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슨 큰 일이 있어서 주님께 대한 신앙을 버리는 일도 있지만, 자신의 의지로 지켜가던 신앙의 끈을 유지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가다가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들을 봅니다.

 

청소년기를 지내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는 복사도 하고, 주일학교도 열심히 다녔는데… 언제부터인가 머리가 컸다고 성당에 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도 이렇게 대답을 한다. “어릴 때 열심했던 아이들은 나중에 언젠가 결국 다시 돌아옵니다.”

 

이런 질문과 이런 대답 사이에는 나의 삶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한 때는 엄마에게 이렇게 반항을 했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종교가 아니니 이제 다니지 않겠다”고. 그 때 엄마가 많이 놀라긴 하셨지만 그냥 그렇게 두셨습니다. 설득 아닌 설득을 몇 번 시도하셨지만. 나는 그런 반항의 시기를 거쳐서 자기 스스로의 선택을 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는 시간을 아이들에게 허락해 주어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반항의 시간, 선택의 시간을 보낼 때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엄마는 나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를 잘 키워주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례를 주고 신앙을 주었다고. 그때에는 엄마가 엄마의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고. 넋두리처럼 조용히 해 주셨던 그 말씀이 나의 반항을 일찍 끝나게 하고 빠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지 않나 싶습니다.

 

신앙을 선택하고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시간을 겪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제자들이 알고 있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느냐고 되묻습니다. 토마스처럼 우리도 신앙을 살아가면서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수 없이 반문하고 대답하면서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겠지요.

 

예전에 한 자매님이 한국에서 가져오신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건네 주신 책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가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두사. 고르곤이라 불리는 세 자매 중 막내였던 메두사. 머리카락은 온통 뱀이고, 그 얼굴을 보는 사람은 돌처럼 굳어진다는 신화.

 

그 책에서 메두사가 상징하는 것은 부정적인 어머니의 원형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어머니의 원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처럼 자식에게 헌신하고 모든 것을 주는 좋은 어머니상도 있지만, 자신을 쳐다보기만 해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어머니상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메두사가 바로 이런 어머니 상이라는 것입니다.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한다는 것은 자식들이 어머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 경직되고 긴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쳐다본다는 것은 자식과 어머니가 대등한 관계임을 상징하는데, 이런 대등한 관계를 어머니가 허용하지 않으면 자식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복종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감히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됩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복종하는 자식들의 태도에 매우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은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복종하고,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메두사는 바로 이런 부정적인 어머니가 갖고 있는 공포감을 나타낸다는 이야기가 솔깃하게 들립니다.

 

이 글들이 저에게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어쩌면 신앙 생활을 하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메두사와 같은 신앙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느님 앞에서 무조건 복종하고, 무조건 교회가 시키는 것이라면 순종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신앙 생활을 하는. 그렇게 주님을 쳐다보지 못하고 스스로 고개를 숙여버린 신앙인은 결국 돌처럼 굳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주님을 떠나는 사람들은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유독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형식입니다. 에수님의 일방적인 말씀이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는 복음이다. 신앙이란 이렇게 나를 주님께 드러내고, 스스로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듣고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아무런 의문도, 아무런 질문도 없이 주님을 향해 눈길을 주지 못하고 신앙 생활을 한다면 결국 고인 물처럼 썩어갈 테니까 말입니다.

 

지금 집에 머무는 시간이 이런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주님을 마주 대할 수 있는 시간.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이제 조만간 끝이 날 것 같은 이 시간 안에서 주님을 마주하고 아파하는 가족이 없는지, 소외되는 가족은 없는지 돌보는 시간이 되고,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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