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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 4 주일 요한 10,1-10

김재화 시몬 2020.05.03 09:58 조회 수 : 48

부활 제 4 주일 요한 10,1-10

 

성소주일입니다. 주님의 뜻을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든 분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날입니다. 성소주일이 되니 저를 신학교에 입학시켜주신 아버지 신부님이 생각이 납니다. 홍문택 신부님. 4월 27일 목요일이 신부님의 기일이었습니다. 혼자서 신부님을 기억하며 미사를 드렸습니다. 암으로 몇 년을 투병하시다가 일어나지 못하시고, 제가 이 곳에서 여러분과 같이 지내는 동안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성소주일이 되니 신부님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섭섭한 마음도 함께 자리를 합니다. 제가 신학생때 성소주일이 되면 많은 보좌 신부님들이 찾아와서 본당의 신학생들과 함께 해 주셨는데, 저는 늘 본당 청년들과만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있던 본당은 신설 본당이라서 주임 신부님 한 분만 계셨습니다. 그리고 성당을 짓느라 신부님은 무척이나 바쁘셨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신부님은 오시지 못했습니다. 한 번은 성소주일에 오실 수 있느냐고 여쭈어 보았는데, 미안하다고 하시며 시간을 내지 못하셨습니다. 신부님은 늘 바쁘셨습니다. 제가 신부가 되어서 찾아뵈어도 늘 바쁘게 지내셨습니다. 당신의 마지막에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특수 학교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헌신하셨습니다. 그 일이 생각보다는 마음 고생이 크셨나 봅니다. 늘 약을 밥보다 더 많이 드셨던 신부님이셨는데.

 

기도 중에 신부님에 대해서 떠올리니 많은 기억들이 올라옵니다. 신부님이 하셨던 강론들이나, 술자리에서 저에게 개인적으로 사제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주셨던 것들. 제 첫 미사에 오셔서 함께 축하해 주시며 기뻐해 주셨던 일들. 그 중에서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 하나를 오늘은 나누고 싶습니다.

 

어릴 때, 성당을 가면 성당에 들어가지 않고 마당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이 좋았습니다. 성당에 들어가는 것이 왠지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성당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엇인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신앙이 너무나 좋으신 분이셔서 기도를 할 때나 미사 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을 하지 못하게 하셨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셨습니다. 제가 장난이 워낙 심한 어린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에게 성당이란 조용히 한 시간 이상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공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공간이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 것은 고등학교 때 한 사건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주일학교 아이들과 학년별로 성탄 때 장기자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년은 연극과 그룹 사운드를 준비 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은 꼴배 신부님의 일대기에 대해서 준비를 했고, 노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서 우리는 평일에도 수업이 일찍 끝나면 성당에 모여서 수시로 준비를 했습니다. 모임이 잦으면 잦을수록 우리는 더 친해졌고, 준비가 끝나고 서로의 집에 가서 밤도 같이 지내곤 했습니다. 그 때 유행했던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같이 들으면서, 우리의 사연도 올리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지 모릅니다. 한 번도 실행은 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이야기에 얼마나 몰두했었는지. 방학도 하고, 조금씩 연극도 노래도 형태를 갖춰가면서 우리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우리는 성당에서 그렇게 우리의 시간을 갖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 날도 우리는 성당에서 일찍 모여 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성탄제 날이 다가오자 모여서 회의도 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은 회의를 하기 전에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러려니 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기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드럼을 치거나 기타를 치지 말고 조용히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은 미사가 있어서 성당에 간다고. 선생님들은 그렇게 교실을 떠나고 우리는 모여서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연극에 참여를 하지 않는 한 친구가 옆에서 기타를 조용히 튕겼습니다. 그러자 연극을 준비하던 몇 명이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몇 곡을 조용히 노래하던 우리는 신이 나서 그냥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기타의 소리도 커졌고, 몇 명이 같이 기타를 들고 음을 맞췄습니다. 얼마나 노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교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주임 신부님이 얼굴이 빨개져서 교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신부님은 교실로 들어와서 한 참을 씩씩 거리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 얼음이 되었고, 신부님은 우리에게 큰 소리로 모두 일어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시간인지 아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우리는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서 서로를 쳐다 보았습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성당에 와서 미사를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모여 큰소리로 떠들어도 되는 것이냐고.

 

그 때는 아직 성당이 없어서 상가를 성당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작은 상가였기 때문에 우리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아래 성당까지 들렸나 봅니다. 미사를 드리는 내내 신부님은 그 소리에 신경을 썼고, 결국은 미사가 끝나자 마자 우리에게 오셨던 것입니다. 신부님은 우리에게 모두 성당으로 내려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몽둥이를 하나 들고 오셨습니다. 남자들만 모아 놓고 몇 대를 맞을 것인지 물으셨고, 우리는 3대라고 답을 했습니다. 신부님은 감정을 실어서 우리를 때렸습니다. 왜 그게 당연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냥 저항 없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신부님은 우리를 때리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아픈 건 우린데… 아까 신부님이 교실로 들어올 때보다 더 무거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신부님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모두 “죄송합니다, 신부님.”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엇인가 커다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왜 신부님이 이렇게 화를 내시지…. 하는 불만이 있었는데.

 

잠시 후 눈물을 거두신 신부님은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거니까 용서를 해 달라고 하십니다. 미사를 드리는 내내 우리가 너무나 미웠다고. 누군가를 가장 사랑해야 하는 시간인데 미움으로 미사를 드려서 너무나 예수님께 죄송했다고. 성당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데 왜 우리가 30분도 안 돼는 시간을 주님과 함께 기도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가 성당에서 가장 큰 형들이니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신부님은 성당을 나가셨고 우리는 성당에서 한참을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자기가 왜 맞아야 하느냐고 항의를 했고, 어떤 친구는 다음부터 미사시간에는 성당에 오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성탄제가 걱정이 되어서 한 친구의 집에 모였습니다. 그 때 우리는 이런 결정을 했습니다. 모임을 하기 전에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한다. 미사 시간에는 될 수 있으면 성탄제 준비를 하지 않고 미사에 참석한다. 어제 그렇게 반항을 했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탄제는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거나, 미사를 집전하면서도 그 때 신부님이 하셨던 말씀이 가끔 생각납니다. 미사는 누군가를 가장 사랑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 그래서 미움으로 미사를 드려서 예수님께 너무나 죄송했다는 말. 그 때까지 나는 한 번도 미사를 그렇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어렸던 나에게 미사는 빠지면 안되는 학교 같은 곳. 하지 않으면 혼나는 숙제 같은 것. 그래서 왠지 답답하게 나를 꽁꽁 묶어 두여야 할 것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던 미사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미사를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바램이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소중한 시간을 우리 아이들 마음에는 가득 담아 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성당에서 기도하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기쁜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이 가득하다면 미사가 누군가를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오늘 예수님은 착한 목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십니다. 착한 목자는 해가 뜨면 양들에게 좋은 풀이 어디에 있는지 인도를 해줍니다. 착한 목자는 해가 지면 양들을 안전한 보금 자리로 인도를 해줍니다. 나는 그런 목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양이 배가 고픈지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기가 졸리지 않다고 해가 져도 양들을 우리로 인도하지 않는 목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착한 목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 많은 양이 그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신경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착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그 마음으로 양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오늘도 주님 앞에 기도를 드릴 뿐입니다.

 

성소 주일. 주님의 길을 따라 가는 많은 이들이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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