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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비디오를 보려고 하면 꼭 거쳐야 하는 광고가 있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 중의 하나였지만...." 이 광고는 무단 복제를 하지 말라는 선전이었다. 이 선전이 나오면 같이 비디오를 보던 친구들 중에서 한 두 명은 꼭 화장실을 갔다. 보지 않아도 되는, 무시해도 되는 선전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 호환, 마마, 전쟁보다도 더 무시무시한 것이 나타났다. '옛날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요즘 어른들까지도 무서워 떨게 만드는 코로나 바이러스. 예수님이 요즘 시대에 활동을 했다면 감히 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보지 못하고 지셨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라고 루가 11장에서 이야기 하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히 예수님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 주교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당신께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음에도 신부들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겠으니, 올 사람은 같이 하자고. 그래서 본당 신자분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드렸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이제 조금 있으면 주일인데 주교님으로부터 또 한통의 메일이 왔다. 당신께서 결단을 하셨다고. 내일 미사부터 당분간 주일 미사는 금지라고 하신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제 그렇게 당차게 주교님의 결단을 전했는데... 하루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전혀 다른 소식을 신자들에게 전해야 한다니. 그런데 사목위원들의 창에 다행히 한 분이 주교님의 결정이라고 올려주셨다.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신자분들에게 공지를 해 드리도록 부탁을 드렸다. 그 때 루가 11장의 이 구절이 떠 올랐다.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모으기는 어려워도 흩어뜨리기는 참으로 쉽다. 과연 우리 신앙인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날,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할 수 있을지 조금은 두렵다. 

 

오늘은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복음이 아닐까 싶다. 

 

요한 복음 4장에 나오는 한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는 심오하기까지 하다. 예수님은 우물가에 앉아 있고, 한 여인은 필요한 물을 뜨기 위해서 그 우물가를 찾아온다.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은 상종하지 않는 존재였다. 게다가 남자 유다인이 여자 사마리아인에게 대화를 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세상의 상식을 깨고 먼저 말을 건네신다. 그녀가 당신께 다가왔기에. 그리고 그녀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주겠다고 하신다. 그 여인은 자기가 물을 길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예수님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예수님은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질문을 하신다. 그녀의 남편을 데리고 오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이 질문은 아픈 요청이었다. 그녀는 5번이나 결혼을 한 여인. 몸이 정결하지 못한 여인. 율법을 지키지 못한 이방인의 여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 약점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다.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부분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에 누군가 기댈 사람이 필요해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신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친한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못해서. 부모님의 열성적인 신앙을 물려받아서. 무엇인가 선한 일을 해보고 싶어서 등등.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 때문에 예수님을 마음에 받아들인 것처럼 우리도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예수님을 마음에 담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이유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받아들임은 언젠가 해갈이 되면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고 의지도 약해지게 된다. 

 

우리 마음에 뿌려진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위해서는 내 안에서 나 스스로를 바라보고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아닌척 하면서 과거의 나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잘못을 바라보고 그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예수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예배가 가능한 것이다.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개신교가 되었건, 불교가 되었건, 신천지가 되었건, 가톨릭이 되었건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영적인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럴 때 그 여인처럼 자기가 생명처럼 들고 있던 물동이를 내던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물동이를 손에 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에게 닥치지 않은 불확실성 때문에 만나는 사람을 조심한다. 자기에게 피해가 올까봐. 이 물동이를 어떻게 내려 놓을 수 있을지... 이 물동이를 언제 내려 놓을 수 있을지... 그런 궁금증 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겠다. 그래야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 시간이 지난 후 참된 영적 예배를 흩어진 사람들과 다시 모여 드릴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신자분들이 다시 이렇게 고백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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